그동안 가족의 중심은 혼인관계였다. 남녀가 만나 혼인을 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을 정상가족이라 보았고 이 틀에서 벗어난 가족관계는 비정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만연하였다. 그러다 최근 들어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생각에 무게중심이 실리게 되었고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는 정책이 추진됐다.
이는 혼인율 감소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 25세부터 29세 사이 남녀 중 3분의 1만이 기혼이며 49세가 되어도 결혼하지 않고 지내는 비율이 남성은 5분의 1이 넘는다는 통계를 접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만혼, 비혼을 택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혼인관계만을 중심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족의 중심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중요한 중심 중 하나는 아동양육과 보호에 놓여져야 한다. 아동에게는 가족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동보호시설에 입소해 있다가 보호종료되어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 아동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보호해 주는 어른이 없는 아동이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언론보도에서 가끔 나오는 복지시설 종사자의 성추행 문제만이 아니다. 또래 집단들로부터도,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어른들로부터도 이 아동을 보호해 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이렇게 대했을까 싶은 가혹하고 잔인한 학대를 겪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럴 것이다. 세상은 약한 존재에게 선의를 가지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아동에게는 가족의 울타리가 안전과 생존이다.
모든 미혼모가 아동을 양육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미혼모에게 양육을 택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알려주고, 주거와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도 자녀 양육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차선으로 일정 기간의 위탁가정 양육을 권한다. 한 고비를 넘기면 다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원가정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면서 아동을 보호하는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끝내 입양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미혼모는 죄책감에 아이를 위하여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냐고 물어본다. 이때 아이를 위하여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은 출생신고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커가면서 친부모가 사정이 어려워 입양을 보냈지만 자신을 자녀로 기꺼이 맞이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달라고, 아이에겐 일생을 관통하는 정체성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 출생신고를 거부하는 미혼모는 거의 없다. 약하지만 친부모와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동에겐 절실하다.
아동은 친부모가 양육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친부모가 아동을 양육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부모가 이혼을 하는 경우도 그러하다. 혼인관계가 해소된 것은 부모의 문제이다. 아동과 부모의 관계는 지켜져야 한다. 아동의 출생부터 자라기까지 친부모부터 위탁가정, 입양부모, 조부모 등 아동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관계들이 아동을 양육하고 보호하는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 아동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켜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오영나 법무사(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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