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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세계일보]“여건만 된다면 아이 키우고 싶어요”…경제난·주거난에 시름하는 미혼 부모들 2019-05-062024-01-02 14:26
작성자 Level 10

10일 ‘한부모가족의 날’… 미흡한 정부 지원/ 양육비 등 벌려고 투잡 뛰었는데/ 월 수입 200만원이라고 지원 제외/ 혼인기록 있으면 도움도 못 받아/ 미혼부, 출생신고 까다로워 ‘난관’ / 녹록지 않은 현실에 ‘생이별’ 늘어/ “지원제도 총괄 컨트롤타워 필요”

“어떻게든 제 손으로 직접 아이를 키우고 싶은데 당장 병원비부터 생활비까지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해요.”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한 A(21)씨는 혼자서라도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했지만, 눈 앞이 캄캄하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안정적인 직장이 없는 A씨는 당장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을 돈조차 없다. 부모의 재혼으로 가족과 연락을 끊은 지도 오래다. 현재 친구 집에서 살고 있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친구 신세를 계속 지기도 어렵다. A씨는 어떻게든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당 10만원인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A씨는 “정부에서 국민행복카드를 통해 의료비 60만원을 지원해주지만 임신 6개월 차인 지금 이마저도 바닥이 난 상태”라며 “배가 더 불러오면 지금 하는 일마저도 못하게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오는 10일은 ‘한부모가족의 날’이다. 지난해 1월 ‘한부모가족 지원법’이 개정되면서 한부모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매년 5월10일을 ‘한부모가족의 날’로 제정했다. 한부모가족의 날을 처음 맞이하는 미혼부모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6일 사단법인 한부모지원네트워크와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등이 민간재단의 후원을 받아 실시한 민간 지원 프로그램인 ‘트라이앵글 프로젝트’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3월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혼 부모 가정에 총 9394건의 상담과 1945건의 지원이 제공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물품지원이 707건으로 가장 많았고 긴급(생계)지원 644건, 주거지원 486건 등이 뒤를 이었다. 양육지원과 출산지원은 각각 91건과 17건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이런저런 지원을 하고는 있으나 미혼부모들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이미 정부에서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고 있던 10대 소녀가장 미혼모인 B씨가 그런 경우다. B씨는 출산 직후 추가지원이 절실했지만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한 두 달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장 3∼4일 뒤 기저귀와 분유 비용이 급한 처지였던 B씨는 민관기관의 도움으로 긴급지원을 받아 가까스로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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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처럼 직접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미혼부모들이 많지만 극심한 생활고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2010∼2017년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동 1177명 중 양육곤란을 제시한 유기자 801명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유기동기를 조사한 결과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응답이 347건(29.6%)로 가장 많았다. ‘단독 양육의 어려움’이 307건(26.1%), ‘심리적 어려움’이 290건(24.7%)로 그 뒤를 이었다.

 

정부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부모들도 적지 않다. 5살 딸아이를 키우면서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는 한 한부모는 “미혼모 출산 지원제도가 있어 기대했더니 혼인기록이 있으면 해당이 안된다더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임신초기에는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서 현재는 아이 양육비와 진료비, 출산비 등을 감당하기 위해 투잡을 뛰며 휴일 없이 일하지만 월 수입이 200만원을 넘으면 한부모가족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며 “나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은 혜택 받기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미혼부의 경우에는 출생신고 자체를 위한 법적 절차가 까다로워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미혼부 C(41)씨는 동거하던 아이의 엄마가 4개월 전 갑자기 사라지면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극심한 생활고에 아이 분유와 기저귀 값 마련을 위해 끼니를 거르며 버텼다. 구청과 주민센터에서는 C씨를 돕고자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행정절차상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일주일 넘게 기다려야 했다. 당장 하루 이틀 아이가 먹고 입을 것이 없어 초조했던 C씨는 민간단체의 도움을 받아 급한 불을 껐다. 긴급복지지원이나 양육수당 등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출생신고 서류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복잡한 신고절차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5년 11월19일 가족관계등록법 제 57조 2항이 신설되면서 미혼부의 출생신고 절차가 간소해졌다. 친모의 이름과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모두 모르는 경우 미혼부의 출생신고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친모의 인적사항 중 일부라도 아는 경우에는 신청이 불허되는 경우가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허될 경우 아이의 ‘성본창설허가’, ‘가족관계등록부창설허가’ 등 최소 1∼2년이 걸리는 복잡하고 긴 법적 절차를 거쳐야한다. 이에 친모의 인적사항 중 일부를 알더라도 미혼부의 출생신고를 허용하는 등 절차를 더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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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미혼부모가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오영나 한부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임신, 출산 양육과정에서 긴급생계지원, 의료지원, 주거지원, 법률지원, 심리상담 등 한부모가정 지원 제도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예전에는 미혼모에 대한 편견으로 시설로 보내버리거나 아이를 입양해버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며 “이제는 이런 편견과 인식들을 개선하고 한부모가족이 지역 사회 속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도움을 줘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선형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현재 지원정책은 출산 이후 양육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영아유기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임신 인지 단계에서부터 미혼모 및 미혼부를 대상으로 한 종합적인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7일 국회에서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8일에는 ‘싱글맘의 날 국제컨퍼런스’가 개최되는 등 한부모가족을 위한 다양한 정책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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