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모자가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신옥주(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비혼모와 양육아동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위해서는 먼저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국가가 이들에게 무언가 혜택을 베풀어준다는 시혜적 시각에서 벗어나, 이들이 가지는 헌법상 기본권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혼모자의 기본권, 사회보장체계, 태아의 생명보호,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등의 주제들이 중첩적이며 다양한 영역에 걸쳐져 서로 연계가 되어 있는 것이어서 학문영역에서의 연대와 사회 운동 단체들 간의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비혼모가 어떤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비혼이며 아이를 양육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 ‘미혼모’라는 용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혼인한 여성뿐만 아니라 비혼의 여성도 기본권의 향유자이므로, 이들은 당연히 헌법 제10조 인격권과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서 도출되는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의 주체가 된다. 따라서 출산에 대한 권리는 여성의 권리이지 혼인여부를 기준으로 삼아 혼인한 여성만이 가지는 권리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출산한 어머니는 모두 동등하게 어머니로 불리며, 어머니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지 결혼을 한 어머니와 결혼을 하지 못한, 혹은 하지 않은 어머니로 구분될 수 없다. 결혼한 여성이 출산한 경우는 기혼모라고 하지 않고 어머니라고 하지만, 결혼하지 않고 출산한 모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된 ‘미혼모’라는 특별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여성인권 침해적이며 차별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아동을 직접 양육할 권리는 헌법 제10조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제도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2항은 국가의 모성보호를 위한 노력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비혼모는 어머니로서 자신의 아동과 살아가기 위해 사회에 대하여 보호와 생존보호를 청구할 헌법상 권리가 발생하며, 국가는 헌법상 사회국가원칙 하에서 사회보장법제를 정비하여 비혼모자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하여 필요한 사회경제문화적 환경을 조성하여 줄 의무가 있다. 인간다운 사회경제문화적 환경조성은 아동의 생명권 보호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혼인을 하지 않은 여성이 아이를 낳고 단독으로 양육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이들이 차별받지 않지 않도록 법제를 마련하고, 생계를 확보하여 주며,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어 아동을 양육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는 사회에서 혼인하지 않은 여성은 임신한 경우 낙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14년 5월 29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비혼모자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소망하는 우리에게 의미가 크다고 보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판결문상 미혼모라고 하고 있으므로 글에서도 그대로 인용한다). 헌법재판소는 입양기관이 ‘기본생활지원을 위한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을 함께 운영할 수 없도록 한 한부모가족지원법 제20조 제4항 및 부칙 제2조 제3항이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 5인의 합헌의견은 “원칙적으로 미혼모의 자녀가 미혼모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입양기관의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금지 규정은 헌법 제36조 제2항 국가의 모성보호노력의무에 따라 미혼모의 자녀 양육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미혼모에 대한 부당한 입양권유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것으로 사회복지법인의 운영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입양기관이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을 운영할 경우 미혼모에게 입양을 권유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입양기관을 운영하는 자가 설치한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에서 출산한 미혼모들이 그렇지 않은 미혼모들보다 입양을 더 많이 선택하고 있다는 사정을 고려하면서, 미혼모의 자녀 양육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입양기관의 미혼모에 대한 부당한 입양권유를 방지하기 위하여, 입양기관을 운영하는 자에게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없게 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평등권 침해가 아니라고 하였다. 또한 입양기관이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을 함께 운영할 수 없게 함으로써 입양문제를 해결할 것은 아니라는 관점에서 이 규정이 위헌이라고 본 4인 재판관의 입양문제에 대한 견해도 고무적이다. 즉, 미혼모가 자녀를 국외입양을 시키는 이유를 사회적 편견 및 경제적 지원의 부족에 있다고 파악하고, 미혼모의 자녀 양육을 유도하고 국외입양을 줄이는 것은 미혼모가 스스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의 조성과 자활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함으로써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본 것이다. 사회를 바꾸는 조용하고 작은 움직임들이 다양한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희망을 주는 일들이다. 우리가 꿈꾸는 사회는 먼 훗날의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온다는 희망이, 그리고 굳건한 믿음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