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출생기록은 부(父)의 확정보다 우선합니다. 아동의 출생에 대한 공적 기록은 아동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법적인 측면에서 친생추정은 애초에 자녀의 복리를 위해 만든 규정이지만 혼인관계를 전제하지 않은 다양한 가족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미혼부 가족에게는 아동의 출생신고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지난 1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는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를 어렵게 하는 원인을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미혼부 자녀 출생신고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2015년 11월 19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사랑이법’) 시행으로, 모(母)의 인적사항(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을 알 수 없는 경우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미혼부의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개선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미혼부들의 출생신고가 쉽지 않다. 미혼부들은 자녀 출생신고를 위해 소송을 거쳐야 하고, 걸리는 시간도 빨라야 2~3개월, 늦으면 1~2년 이상 걸린다.
“2011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에 모든 아동이 차별 없이 출생등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을 권고했다.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도 2017년 이와 동일한 권고를 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2015년 아동인권 모니터링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전현정 법무법인 KCL 고문변호사)
발제에 나선 전현정 법무법인 KCL 고문변호사는 ‘친생추정과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라는 주제로 법적인 부분을 자세하게 짚었다. 전 변호사는 "(사랑이법) 법안의 취지는 친생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의 생명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할 경우, 현실적으로 모의 이름까지 모르는 경우는 드물어 거의 이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에 대해, 전 변호사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는 아동으로 의료보장을 받을 권리와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 그밖에 사회보장과 사회복지를 받을 권리에서 배제되고, 아동학대를 발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현재 미혼부가 자녀를 출생신고 하려면 ▲가정법원 서류 접수,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 신청서’와 ‘특별 대리인 선임 신청서’를 작성한 후 거주 지역 가정법원에 제출 ▲특별 대리인 허가를 받으면 유전자 검사 신청 ▲유전자 검사 기관으로부터 ‘친생자 확인 판결 결정문’을 받은 뒤 ▲시·군·구청에 출생신고 접수까지 과정만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 “미혼부 출생신고 위해 과도한 사생활 소명 요구 절차 부적절”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5년 ‘사랑이법’ 개정 이후 남아 있는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 관련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송 연구위원은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하고 자녀 양육에 책임을 다하고자 함에도 자녀의 출생신고 과정에서 모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함을 소명하게 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사생활을 소명하게 하는 현행 제도는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출생신고라는 자녀의 인권보장을 위한 필수적인 절차에 있어 유전자 검사로 생부임이 증명된 자에게 과도하게 사생활을 소명하도록 하는 절차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출생신고 전이라도 자녀의 건강보험과 보육료·양육수당 적용은 가능하다. 병원에 ‘신생아로서 건강보험증에 등재확인을 받지 못한 경우’로 처리하면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고, 보건소에서 관리번호를 받으면 필수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보육료, 양육수당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주민센터에서 미혼부 자녀는 ‘사회계층 특별보호자’로 적용돼 관리번호를 부여받으면 가능하다.
송 연구위원은 “그러나 미혼부가 자녀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주민센터에 갔을 때 이러한 정보에 대한 안내나 접근성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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