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간 갓난아기 시신을 냉장고에 보관하고, 두 아이를 쓰레기 더미에서 방임한 40대 ‘친모’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경찰 진술에 스며있는 고단했던 한부모 여성의 삶에 주목한다면, 이 사건의 책임을 온전히 그에게 돌릴 수 있을까. ‘비혼 출산’ 너머 ‘비혼 양육’의 현주소다. 8일 <민중의소리> 취재를 종합하면, A(43) 씨는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첫째 남자아이(8)와 둘째 쌍둥이 남매(27개월)를 낳아 홀로 생계와 양육을 책임졌다. 생부 등의 지원은 없었다. 일정한 직업 없이 식당일 등을 하며 심야 노동을 하는 시간이 잦았다. 집을 지키는 건 세 남매 몫이었다. 아이들에게 무심한 엄마는 아니었다. 주말이면 일을 쉬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꿋꿋이 버티던 A 씨는 2018년 10월경 쌍둥이 남아의 사망으로 무너져내렸다. 전남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그는 경찰 조사에서 “일을 갔다 오니 아이가 숨져 있었다”라고 진술했다. 아이가 태어난 지 두세 달 지났을 무렵이다. 부검 결과 학대 등을 의심할 만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숨진 아이를 냉장고 안에 숨겼다. 그는 조사에서 “(아이가 숨졌다는 사실이) 두렵고 무서웠고 첫 아이가 어린 데 다른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을까 봐 숨겼다”라고 진술했다. 집이 쓰레기로 가득 찬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는 “아이가 죽은 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했다”라고 진술했다. 여수시는 지난달 25일 그의 집에서 쓰레기 5톤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A 씨를 가장 힘들게 한 건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쌍둥이 남매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지난달 11일 방임신고를 받고 집을 방문한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은 숨진 아이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그는 “첫 아이도 아빠가 없는데, 둘째 아이들도 아빠가 없는 상황에 대한 손가락질이 두려웠다”라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혼자 아이를 낳고 혼자 양육하는 것에 대한, ‘정상적인 출산’에서 벗어났다는 데 대한 부담이 컸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이 출생신고를 했다면…” A 씨의 사연을 접한 미혼모·한부모가족 지원단체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열심히 아이를 키우려는 한부모가족이 많다. 당장 주민센터라도 가서 도움을 청했다면 긴급지원이라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라며 한부모 여성이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어려움을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가장 안타까운 점으로 아이의 출생신고가 안 된 상황이 꼽혔다. 편견뿐 아니라 출생신고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일이기도 했다. 그는 “첫 아이를 혼자 출산했기 때문에 보증인이 없으면 출생신고를 못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보증인은 2016년 폐지된 인우보증제에 따른 절차다. 첫 아이 출산 당시만 해도, 병원의 출생 증명서가 없는 자택 출산의 경우 이웃과 친구 등 2명이 보증을 서면 출생신고를 할 수 있었다. 인우보증제는 불법입양, 인신매매 등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제대로 된 정보를 알고 있었다면 출생신고가 가능했을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었다. 병원 외 출산의 경우 신고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혼자 아이를 낳은 여성은 분만에 관여한 자가 없거나 병원 진료기록이 없는 등 이유로 행정청에 출생신고를 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법원을 통해야 하는데,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하는 등 그 절차가 까다롭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출생신고를 할 수 있었다면 법정 한부모(중위소득 60% 이하) 4인 가족(소득 약 280만 원 이하)으로 지원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출생신고가) 어떤 사람들에겐 단순한 절차일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많은 것을 달라지게 하는 기회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A 씨와 첫째 두 사람만 가족관계로 등록됐다면 2인 가족(소득 약 179만 원)으로 최저임금에서 만 원만 더 받아도 지원자격에서 박탈했을 텐데, 쌍둥이의 출생을 신고했다면 4인 가족으로 비교적 지원받기가 쉬웠을 것이라는 취지다. 오 대표는 “자택 출산하는 여성들은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병원도 못 갔겠나”라며 “(법원을 통한 출생신고는 한부모 여성들이) 혼자 엄두를 못 낸다. 단체에서 법률 지원을 해야 비로소 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혼자 출산하다가 119를 부르는 경우가 많으니 구조대원의 보증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자택 출산의 출생신고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동의 출생등록 될 권리는 아동 인권과 직결된 만큼 출생통보제를 도입해 출생신고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해 신고 의무자인 부와 모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현행 제도를 보완하는 제도로 평가받는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와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 등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현행 출생신고제는 아동이 공적 기록에 등록되기까지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돼 있으므로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고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해 아동이 출생 후 즉시 등록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아동을 양육하고자 하는 부모들이 아동의 보호자로서 어려움 없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다. A 씨는 아동학대치사·사체은닉 혐의로 구속돼 지난 4일 검찰에 송치됐다. 두 아이는 아동 쉼터로 옮겨져 보호받고 있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친모만 비난받는 상황과 관련 아동의 문제를 가정의 문제로 보고, 원 가정 복귀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 대표는 “초등학생인 첫째 아이는 조금 있으면 엄마가 보고 싶다며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할 것”이라며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부모에게 교육·치료·돌봄 등을 지원한 뒤 아이를 돌려보내야 하는데, 무작정 돌려보낸 뒤 학대가 재발하면 원 가정 복귀는 절대 안 된다고만 하더라. 부모가 가장 바라는 건 아이와 함께 사는 것이다. 가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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