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공병선 기자] 한부모 시설 운영자와 한부모 간 갈등이 지속되자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입소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시설을 운영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18일 "민주적이고 평등하게,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없도록 시설 운영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는 시설에서 공동생활규칙을 정할 때 운영위원회를 거치고 입소자 의견까지 수렴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설 운영위원회는 시설장과 시설 입소자 대표, 종사자 대표, 시군구 담당 공무원, 지역주민, 공익단체 추천인, 사회복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규칙을 정할 때 앞으로는 입소자 다수의 의견까지 모두 듣도록 할 방침이다. 여가부는 시설에 입소하는 한부모 75%가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 수급자이고 발달장애 등으로 돌봄이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어 국가의 보호와 지원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한부모를 위해 시설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한부모 지원 대책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설을 통해 한부모 가족 지원을 받는 게 아니라 한부모라는 자체로도 지원을 받고 나아가 부모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가 가장 행복하게 자라기 위해선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며 "시설은 모든 것을 공유하는 공간이라서 아이들은 그런 공간에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태어난 아이를 위해 직접 집으로 찾아가는 돌봄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시설 위주로 교육 지원이 있는데 시설에 입소하지 않더라도 직업 교육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영나 미혼모지원 네트워크 대표는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직업을 구하기 위한 교육,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아이를 돌봐줄 누군가 필요하다"며 "주거뿐 아니라 학원, 일자리, 양육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설과 같은 공간이 아닌 개별 지원 체계로 변경되면 편견이 더 빠르게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저출산센터장은 "지금의 시설은 일반적 삶의 양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시설이 순간 잠깐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순 있지만 일반적으로 누리는 자유는 배제되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한부모 가족은 잘못된 행동을 한 결과가 아닌 새로운 방식의 가정을 꾸리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아이 키우는 표준이 양 부모에 맞춰져 있어 문제처럼 여겨지는데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표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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