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동의 전 친생부모 상담과 아동보호를 입양기관에 맡기지 말라!”
“입양 완료 전까지 원가정보호의 원칙을 지켜라!”
“아동을 바꾼다는 게 웬 말이냐, 정부는 아동보호 대책 다시 수립하라!”
미혼모·한부모·입양인·아동인권 단체 열네 곳은 18일 오후 1시 서울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양아동 학대 사망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입양 전 친생부모 상담과 아동보호를 입양기관에 맡기지 말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최형숙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는 기자회견에 앞서, 오전에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입양 제도 개선 방안’ 언급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근 16개월 아동이 입양된 후 양부모에게 학대당하다 숨진 사건(‘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아동학대 악순환 해법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 중에 ‘입양 제도 개선 방안’을 언급했다.
문제가 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초기에는 입양가정을 방문해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입양부모의 경우 마음이 변할 수 있어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랑 맞지 않을 경우 바꾼다든지 하는, 입양 자체는 위축하지 않고 활성화하면서 입양아동을 구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너무 화가 난다. 현장의 소리를 들었다면 이런 대책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이는 물건이 아니다. 반려견도 이렇게 입양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부모가 아이를 키워보고 아이가 마음에 안 들면 바꿀 수 있고, (입양을) 중단했다가 다시 입양할 수 있고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아이는 인형이나 동물이 아니다. 12년간 활동한 저로서는 이 활동을 하기 전보다 후퇴되는 느낌이 들어 화가 난다”고 말했다.
◇ “입양기관이 입양 동의 전 친생부모의 상담 맡아선 안 돼”
이날 기자회견은 입양아동인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입양 사후관리를 개선해 재발을 방지하고자 마련됐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문 낭독에서 2016년 입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은비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은비엄마는 열일곱 살 미혼모였다. 은비엄마는 은비를 직접 키우기 위해 24시간 어린이집에 맡기고 생계를 위해 일하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21개월째 입양기관에 은비를 맡겼다. 이후 은비는 첫 번째 입양 전제 위탁가정의 학대로 다시 입양기관으로 돌려보내졌고, 두 번째 입양 전제 위탁 중에 입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했다.
오 대표는 은비사건의 두 가지 문제점으로 “은비엄마가 입양 동의 전 상담에서 양육지원에 대해 제대로 된 상담을 받았더라면 입양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과 은비엄마는 입양기관에 은비를 보낸 뒤 은비가 겪는 어려움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은비가 뇌사상태에 빠져서야 소식을 알게 됐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들은 이 같이 아동의 죽음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입양기관이 입양동의 전 친생부모의 상담과 입양 완료 시까지 아동보호를 맡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행 입양특례법 제13조(입양 동의의 요건 등)는 입양기관은 입양동의 전에 친생부모에게 아동을 직접 양육할 경우 지원받을 수 있는 사항 및 입양의 법률적 효력 등에 관한 충분한 상담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들 단체 측은 “친생부모의 상담을 입양기관이 맡고 있고, 더 많은 입양을 보내는 게 목적인 입양기관이 친생부모의 양육보다는 입양을 권유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절차를 입양기관에 맡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공적아동보호체계에서 이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입양 완료 전 아동보호는 공적아동보호체계에서 담당할 것”
안소희 인트리 사무국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입양 완료될 때까지 아동보호를 입양기관에 맡기지 말라”고 주장했다.
현행 입양특례법 제22조(입양기관의 장의 후견직무)는 입양기관의 장은 입양기관이 아동을 인도받고 인도받은 날부터 입양이 완료될 때까지 아동의 후견인이 되고, 친권자의 친권행사는 정지된다. 친권자가 입양동의를 철회한 때에만 다시 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입양특례법에서 규정한 입양숙려기간(7일)은 입양에 대한 친생부모의 동의는 아동의 출생일부터 일주일이 지난 후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입양을 금지해 친생부모가 입양보다는 아동의 양육을 결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두자는 취지에서 둔 규정이다.
이들 단체들은 “원가정보호의 원칙은 입양숙려기간이 지나도 법원의 입양허가가 있기까지는 변함없이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친생부모는 아동을 만나면서 아이를 양육하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 당장 친생부모가 아동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면 여건이 마련되기까지 받을 수 있는 지원과 아동의 일시 보호체계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아동의 일시보호 후에 다시 친생부모가 아동을 양육하는 방법에 대해서 숙고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들 단체들은 현실적인 문제 개선을 위해, “입양 완료 전 아동보호는 입양기관이 아닌 공적아동보호체계에서 담당해야 한다. 입양기관의 장이 아동의 후견인을 맡는 것 또한 타당하지 않으며, 이 기간에도 친생부모에게 충분한 상담과 함께 아동의 소재와 신상에 대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입양기관이 입양 전 친생부모 상담과 아동보호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원가정보호의 원칙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입양절차에서 소홀히 다루어졌던 원가정보호 원칙을 지키고 입양동의 전 친생부모의 상담과 입양 완료 전 아동보호는 입양기관이 아닌 공적아동보호체계에서 담당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 “입양 절차 및 관리·감독 전반에 대한 책임성 강화”
전영순 한국한부모연합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가히 경악할 만한 대통령의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입양기관과 상담한 미혼모들의 증언을 전하면서 “‘엄마 인생이 더 중요하지 않느냐’면서 ‘출산 후 퇴원 하루 만에 복지사가 입양을 노골적으로 종용했다. 입양을 상담했던 입양기관에 죄인이 된 듯한 모멸감을 느꼈으며 수치심을 느꼈다’ 등 이같은 증언을 통해 아기들은 입양과정에서 더 소중하고 보호받아야 할 생명이 아닌 거래 대상일 뿐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 대표는 보건복지부에 ▲입양기관 매뉴얼 보완이라는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입양절차 및 관리·감독 전반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 ▲아동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아동학대 대응시스템과 입양 시스템 확립 ▲전문성 가진 아동학대특별수사대를 광역청 단위로 신설해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지원 강화 등을 요구했다.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아동의 인권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이냐, 아이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이냐”면서 “그 정도의 아동인권에 대한 생각으로 저출생 대책을 논하고 아동학대 예방 대책을 논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활동가는 “정부는 입양 전·후 아동에 대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면서 “모든 아동은 행복한 삶을 누려야 한다고 아동복지법에 명시돼 있다. 제2의 정인이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분노와 추모로 끝날 게 아니라 모든 과정 안의 잘못을 짚어내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들 단체를 포함한 쉰두 개 단체는 지난 11일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에 '정인이를 '왜' 구하지 못했는지 답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보호체계 개선 방안에 대해 공개 질의를 한 바 있다. 당시 18일까지 답변을 요청한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는 국민행복실천운동본부, 국제아동인권센터,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미혼모협회 아임맘,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뿌리의집, 예람, 정치하는엄마들, 청소년부모지원 킹메이커, 탁틴내일,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한국한부모연합, 희망날개 등이다.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1956 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