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쌍둥이를 본 적이 없었다. 첫째인 우진(8·가명)이는 이웃 주민들에게 “쌍둥이 동생이 있다”며 “한 명은 기어 다니는 애, 한 명은 많이 아픈 애”라고 했다. 굶고 다니던 우진이에게 종종 끼니를 챙겨줬던 이웃 주민들은 쌍둥이 존재에 의문을 품었다. 삼남매의 친모인 지선(43·가명) 씨는 “지인의 자녀를 돌보고 있다”고만 했다. 모두가 그런 줄 알았다. 미스테리였던 쌍둥이의 존재는 지난해 11월 말에서야 세상에 드러났다. ‘아이들을 방임하는 것 같다’는 이웃 주민의 신고 덕분이었다. 경찰과 지자체,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이 최초로 찾아 간 지선 씨의 아파트는 엉망이었다. 청소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은 집안엔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 있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18평(59㎡)짜리 집에서 쓰레기 5t을 끄집어 냈다.
쌍둥이 중 누나(둘째)는 이미 두 돌을 넘겼지만 걸음마도 제대로 못했다. 게다가 막내는 2년 전에 이미 숨진 상태였다. 엄마는 그 사실을 숨긴 채 아이 시신을 냉동고에 유기해 왔다. 그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여기까지가 지난해 말 세상을 놀라게 한 ‘여수 영아 유기 사건’의 이야기다.
미혼모인 지선 씨는 쌍둥이를 집 욕실에서 홀로 출산했다. 그간 쌍둥이를 품고 있었단 사실도 그제서야 알았다. 그리곤 연희, 연우(모두 가명)란 이름을 붙여줬다. 하지만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까닭에 주민등록번호는 없었다. 쌍둥이의 탄생은 지자체, 중앙정부 그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엄마의 가족관계등록부엔 우진(첫째)이만 등재돼 있었다. 엄마가 쌍둥이의 출생신고할 의지가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장애물을 넘지 못했다. 자택에서 출산해 출생 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가정법원으로부터 출생 확인을 받은 뒤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그러려면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유전자검사 결과를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데, 미혼모로서 고립된 생활을 했던 지선 씨에게 이런 법률적 절차는 높은 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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