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유기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미혼모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오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산의 한 의류수거함에서 영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아기는 알몸 상태로 수건에 싸여 있었고, 탯줄은 그대로 달린 상태였다.
경찰은 CCTV를 분석해 아이를 유기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대 친모가 서울 관악에 위치한 주사랑교회 베이비박스 앞에 신생아를 유기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법 개정돼 출생신고 입양 전제조건 가정보호 3.4% 불과 96.6% 시설로 보호출산제 제안… 긴급복지 주장도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길거리에 유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상자다. 지난 2009년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2014년 군포 새가나안교회에 설치됐다.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2009년부터 총 1천932명의 아이가 이곳에 유기됐다.
새가나안교회에는 7년여간 142명의 아이가 들어왔다. 두 베이비박스에 2천여명이 넘는 영아들이 유기된 것이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간 부모 중 '20대 미혼'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사랑공동체 관계자는 "대부분 나이가 어린 미혼모들이 찾아온다"며 "근친, 이혼, 성폭행 등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이들은 건강 검진을 거쳐 영아 일시보호시설에서 보호를 받다가 입양·가정 위탁되거나 아동복지시설 등으로 보내지지만, 이들 중 가정보호를 받는 아동은 3%에 불과하다.
지난 2019년 감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동 962명 가운데 929명(96.6%)이 시설로 보호조치됐고 가정보호는 33명(3.4%)에 불과했다.
지난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며 출생신고가 입양의 전제조건이 됐기 때문이다.
주사랑공동체 관계자는 "출생신고가 힘들어 베이비박스를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현행법이 이러니 입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프랑스나 독일처럼 임산부가 익명으로 출산·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입양을 위해 일단 출생신고를 해주고 부모님의 정보는 가정법원에서 가지고 있다가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아이와 부모만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혼모단체는 보호출산제에 앞서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지금 필요한 건 보호출산제가 아니다"라며 "긴급 복지제도, 쉼터 등 임신기 여성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경인일보 : 끊이지 않는 '영아 유기 사건'… 미혼모 제도적 지원 시급하다 (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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