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영아'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가운데 정부가 미혼모 등 '위기 임산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장에서는 지원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장기적으로 임산부 전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출생 미등록 아동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미혼모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지난 5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출생 미등록 아동 보호체계 개선추진단'을 발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위기 임산부 조기 발굴 및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임신·출산·양육 전 과정에서의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미혼모가 자녀의 양육을 포기하지 않고, 원가정에서 아동이 자라날 수 있도록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병행 추진한다.
실제로 많은 미혼모가 임신·출산 과정에서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문제에 따른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미혼모가족의 출산 및 양육 특성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미혼모 124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1.8%가 임신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금전적 어려움'을 꼽았다.
이 같은 어려움은 극단적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성희 경찰대 교수가 2021년 한국교정학회지에 게재한 '한국 영아살해 고찰'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영아살해죄로 기소된 사건의 1심 판결문 46건을 분석한 결과 46명 중 45명이 미혼이었고 1명만이 기혼으로 확인됐다.
살해 동기를 살펴보면 '혼전에 임신해 주변에 알려질 것이 두려워' 살해한 경우가 40건(87%)이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양육이 불가하다고 판단'에 따라 영아가 살해된 경우가 34건(73.9%)으로 뒤를 이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국민행복카드를 통해 임신·출산 진료비 100만원(2명 이상은 14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임신이 확인된 만 19세 이하의 청소년 산모에 대해서는 임신 1회당 의료비를 120만원 이내로 추가 지원하지만 수백만원에 육박하는 임신·출산 비용은 여전히 부담이다.
산재한 지원책을 적시에 제공하는 것 또한 또 다른 숙제다. 일례로 여가부가 '가족상담전화'를 통한 24시간 '임신·출산 갈등상담' 서비스와 청소년상담전화 1388을 통한 임신·출산 관련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아동과 위기 임신 문제는 복지부가 관리하고 있어 핫라인이 체계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해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해외에서는 임신기 여성에게 병원비부터 양육 과정까지 체계적인 지원을 해 주는데, 국가가 임신한 여성에게 해 주는 지원은 국민행복카드가 전부"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경우 임신 6개월부터 정기검진·출산 등에 필요한 모든 의료비를 국영 의료보험으로 부담하며, 2006년부터는 혼외 출산 구별 규정을 삭제했다. 영국과 독일 역시 임신부터 출산 진료비까지 의료비가 전액 지원된다.
오 대표는 이에 더해 "여성들이 임신 과정에서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하는데 공공기관 어디를 가더라도 의논할 곳이 없다. 개인적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전부"라며 "사각지대란 선별적 지원을 하면 언제나 생기게 마련인 만큼 임산부에 대한 보편적 지원 체계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출생통보제를 통해 영아를 지켜주는 기본적인 안전망이 확보된 것은 맞다"면서도 "범죄 위험성이 크게 줄었다면 원가족에서의 양육을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령 영아' 늘어나는데…미혼모 지원책 사실상 전무 - 뉴스1 (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