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苦에…" 아기 버리는 3040 엄마들

자신이 낳은 아기를 버리는 사람이 매년 늘고 있다. 주로 10~20대 미혼모 사이에서 빈발하던 영아유기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30~40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인 한부모가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영아유기 2016년부터 급증


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영아유기 범죄 발생 건수는 183건으로, 전년(168건) 대비 8.9% 늘었다. 영아유기 범죄는 2015년 41건에 그쳤지만 2016년(109건)부터 빠르게 늘고 있다. 영아유기 범죄의 다수는 경제력이 부족한 10~20대 미혼모 사이에서 발생한다는 게 통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30대 이상에서 생활고 및 외도 등의 문제로 아이를 버리는 일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경남 밀양에서는 자신이 낳은 아기를 헛간에 버린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를 유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4일 경남 거제시에서는 공공화장실에서 아이를 버린 30대 가정주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위기영아긴급보호센터인 베이비박스(사진)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지난해 이 시설에 아이를 맡긴 30대는 전체의 23%다. 40대도 7%를 차지했다. 주사랑공동체 관계자는 “30대 이상에서 어려운 형편과 외도 등의 문제로 아이를 맡기는 사람이 계속 발생한다”며 “이혼 후 아이가 생겼는데 키울 여력이 되지 않아 방문하는 여성도 종종 있다”고 했다.

영아유기 범죄가 늘어나지만 검거 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영아유기 범죄 검거 인원수는 2015년 43명, 2016년 40명, 2017년 38명, 2018년 33명에 그쳤다. 처벌 역시 약한 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2016년 영아유기 범죄로 1심 판결을 받은 79명 중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은 61명이다.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3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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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액 여전히 적어, 절차도 복잡

현장에서는 한부모가정 지원이 늘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한부모가정에 월 최대 20만원의 양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부모가 24세 미만 청소년이면 5만원이 추가된다. 임신하면 회당 최대 50만원, 청소년 미혼모는 최대 120만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정부가 한부모가정 지원에 투입하는 예산은 2069억원, 작년에 비해 두 배가량 오른 금액이다.


그러나 지원을 받으려면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해 쉽지 않다는 게 일선 복지기관의 전언이다. 한부모가정이 양육비 지원을 받으려면 월수입이 중위소득 52% 미만(2019년 2인 가정 기준 약 151만원)임을 증명해야 한다. 홀로서기에 나선 한부모가정은 소득 기준을 넘으면 지원조차 받을 수 없다. 이러다 보니 양육비 지원을 받아도 아이를 기르기에는 모자라 민간단체에서 추가 지원을 받는 일이 다반사다.

주사랑공동체 관계자는 “영아를 키우려면 적어도 한 달에 30만~40만원씩 나가다 보니 정부 지원 외에 민간단체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사람이 많다”며 “매달 60곳의 가정에 육아용품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혼모가 임신 초기부터 육아를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영나 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일부 민간단체는 임신 단계부터 미혼모에게 지원해줄 긴급지원 시스템을 마련했다”며 “공공기관에서도 이런 제도를 시행해 초기 단계부터 지원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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