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두고 떠난 부모는 영아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최근 베이비 박스 운영 시설 담당자와의 상담을 거쳐 아이를 베이비 박스에 맡기고 간 부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이 확정되면서 관련 사건에 대한 법원 판례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판결이 향후 비밀출산제(보호출산제) 도입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법률신문은 19일 판결정보 특별열람실에서 '베이비 박스' 키워드로 검색된 총 25건의 판결문을 조사했다. 이 중 베이비 박스 관련 영아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부모에 관한 유사 사례 16건을 분석한 결과, 14건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고>. 특히 재판부 상당수는 이미 개별 사건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해 형량을 정하면서도 베이비 박스에 대해선 '도움의 손길이 닿는 곳' 또는 '비교적 보호받을 수 있는 곳'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베이비 박스에 대한 이슈는 여전히 첨예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판례가 지니는 의미와 향후 비밀출산제 등 도입 논의에 미칠 영향력 등에 대해 서로 다른 평가를 했다. 비밀출산제는 출산 사실 등을 감추고 싶은 부모가 일정한 요건을 거쳐 익명으로 아이를 출산하고 출생 등록을 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 2012년 8월 개정 입양특례법이 시행됨에 따라 입양 시 출생신고가 의무화되고 가정법원 허가가 필요해지면서 영아유기 사례가 증가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이 같은 비밀출산제 도입 등이 지속해서 논의돼 왔다.
증가하는 ‘영아 유기’사례 해결 대책으로 지속적으로 거론
“친생부모의 책임을 묻는 판결일 뿐 별개로 봐야” 지적도 연취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베이비 박스와 관련해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한 판결로서 그동안의 영아유기 사건과는 달리 판단한 것"이라며 "향후 비밀출산제 도입에도 하나의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베이비 박스에 맡기는 것을 불법이 아니라고 보면서도 베이비 박스가 과연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법률적으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규정하지 않으면 영아 보호에 사각지대가 생긴다"며 "베이비 박스와 같은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기관이 법적 테두리 안으로 들어와 아이 보호가 빈틈없이 이뤄져야 국가가 국민으로서 영아를 보호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비밀출산법 제정 흐름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했다. 반면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형법상 영아유기죄에 근거해서 본다면 나올 수 있는 판결로 보인다"며 "다만 아동 인권의 관점에서 본다면 베이비 박스에 대한 사법적 판단까지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베이비 박스와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주된 쟁점은 과연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할 일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인데, 이번 판결은 친생부모의 책임을 묻는 판결일 뿐 별개로 봐야 한다"며 "비밀출산제를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도 아동에게서 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이기 때문에 해당 판결과는 결이 다르다"고 했다. ‘비밀 출산제’ 도입 논의에 영향 미칠지 주목 (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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