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빈곤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뭐니뭐니 해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다. 어제 지인을 만났는데 미혼모에 대한 국가지원은 무엇이 있냐고 물어보아 미혼모가 가장 많이 이용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에 의한 지원이라고 답하였다. 미혼모는 혼자서 자녀의 양육을 감당해야 하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서 지원을 받게 된다. 물론 자녀가 어린이집에 갈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일자리를 찾아서 경제활동을 하게 된다.
그런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가 되려면 신청해서 지원을 받기까지 이르면 한 달, 늦으면 두세 달의 시간이 걸린다. 그사이 출산시기는 다가오고, 갓난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에 의한 지원을 받기까지의 기간을 메우는 제도도 있다. 긴급복지지원이 그것이다. 긴급복지지원은 중한 질병에 걸렸거나 집에 화재가 난 경우, 주소득자가 실직한 경우처럼 그야말로 긴급한 상황을 넘길 수 있게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긴급복지지원은 신청하면 대체로 일주일 안에 긴급생계비와 의료비를 지원해 준다.
미혼모가 긴급복지지원을 받기까지는 다소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몇 년 전에만 해도 미혼모가 주민센터에 가서 긴급복지지원을 해달라고 신청하면 법조문에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면 단체에서는 담당 공무원을 붙잡고 아이 아빠는 나 몰라라 하고, 부모님도 외면하는데 주소득자가 실직하거나 가출한 경우가 무엇이 다르냐고 하소연하면서 지원을 받곤 하였다.
이런 일을 겪다가 당시 정부에 긴급복지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 ‘임신·출산·양육으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포함시켜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정부에서 긴급복지지원법을 검토해 보더니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경우가 조문에 명시되어 있는데, 전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긴급복지지원 조례를 확인해 보니까 단 4곳만 제외하고는 모두 ‘임신·출산·양육으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조례에 규정되어 있으니, 조례를 근거로 하여 긴급복지지원을 받으라고 알려주었다.
지자체의 조례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는 것은 그전까지 정부도 몰랐고, 주민센터 공무원도 몰랐고, 단체에서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이후에는 다소 복잡하지만 긴급복지지원이 필요한 미혼모가 있으면 담당 공무원에게 긴급복지지원법에서 다시 조례로 가서 ‘임신·출산·양육으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해당된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이용하고 있다.
긴급복지지원은 사회안전망에 접근할 수 있는 퍼즐과 같은 제도이다. 미혼모들이 긴급복지지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공적지원의 기본 틀이 갖추어졌다.
이렇게 조례로 우회해서라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도 어디냐고 생각하면서 이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되면 더 간명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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