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미혼모의 자녀는 혼인외 출생자이다. 미혼모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러 가면 출생신고서의 혼인외 출생자 칸에 표시하라고 한다. 남들보다 더는 못 해줘도 최소한 남들 만큼은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미혼모들은 혼인외 출생자 칸에 표시하면서 다른 아이에겐 없는 꼬리표가 달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는 이야기를 한다. 최근 연예인의 혼인외 출생자 이슈가 터지면서 혼인외 출생자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런데 혼인외 출생자는 민법 제855조 인지에 관한 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법률용어이다. 이렇게 법률에서 쓰는 용어는 무게감이 있어 법률상의 표현을 바꾸지 않는 한 공식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다른 나라의 경우 독일에서는 1997년 아동권리개혁법을 제정하여 혼인외 출생자라는 개념을 법률에서 없앴고, 프랑스, 미국에서도 혼인외 출생자라는 개념을 법률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혼인외 출생자의 개념을 없애는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이 혼인중 출생자와 혼인외 출생자가 상속분이 달랐다. 상속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혀서 상당한 진통이 있었지만 아동의 권리를 우선에 두고 혼인외 출생자 개념을 없애기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혼인외 출생자에 대한 상속분이라거나 양육권 등에 차이가 없다. 오로지 차별적인 표현만 남아 있는 것이므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시도해 본다면 이 표현을 없애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어떤 이들은 혼인외 출생자의 통계를 내는 것은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현황을 파악해야 그에 맞게 정책을 세울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 자체는 맞는 말이지만, 통계를 꼭 아동을 기준으로 낼 필요는 없다. 모(母)를 기준으로 하여 비혼출산의 통계를 내도 된다. 사실 비혼출산의 통계가 현황을 파악하는 데는 더 정확하다. 출산을 한 후에 출생신고까지는 시간이 걸릴뿐더러, 간혹 누락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법률에서 혼인외 출생자 개념을 폐지하는 입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국회의 회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혼인외 출생자라는 용어를 법률에서 폐지하는 것은 그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야 할 아동의 입장을 최우선에 놓고 생각하면 답이 나올 사안이다. 또 조금의 노력만 기울이면 할 수 있다. 오로지 법률상의 표현만 바꾸면 되고 다소의 입법적인 기술만 요하는 문제이다. 이번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있을 때 법 개정이 이루어져 혼인중 출생자이건 혼인외 출생자이건 차별 없이 모든 아동이 보호받고 존중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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