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미혼모 ㄱ씨는 지난 6월 자신이 지내던 ‘원룸텔’에서 돌봐주는 이 없이 홀로 아이를 낳았다. 월세가 싼 대신 환기가 안 되는 열악한 방이었지만. 이 곳을 이용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ㄱ씨는 출산 전후 4개월 동안 일을 하지 못해 월세를 낼 수 없었고 당장 주린 배를 달랠 돈도 없었다. ㄱ씨는 뒤늦게 미혼모 지원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한 절차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이 ㄱ씨의 아이는 폐렴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12일간의 입원비는 400여만원에 달했다.
낙태죄를 둔 논쟁은 매년 이어지고 있으나, 아이를 위해 ‘용감한’ 결정을 한 미혼모들의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다수의 미혼모들은 출산 전후 경제사정이 악화돼 비좁은 거처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았으며, 일부 미혼모들은 친척집이나 고시원을 전전하는 등 제대로 된 거처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혼모 지원 단체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미혼모 주거복지 필요성과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열악한 미혼모들의 주거실태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미혼모들의 사례는 처절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어 집을 구할 돈조차 없던 미혼모 ㄴ씨는 정부의 ‘즉시지원전세임대제도’ 혜택을 받게 됐으나, 본인부담금 35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임신 8개월 상태에서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다. 또 광주에 사는 청소년 미혼모 ㄷ양은 아이와 둘이 곰팡이가 핀 원룸에 살고 있었는데, 미성년자라 다른 집을 계약하지 못해 오랜기간 이 곳에 머물러야 했다. ㄷ양은 성인이 된 최근에야 지방자체단체의 도움을 얻어 새 집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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