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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변화 有感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2023-09-04 11:14
작성자 Level 10

"변화 有感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김혜영(숙명여대 교수)

고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우리의 감각이 동일하게 느끼는 흐르는 물조차도 어제의 그것이 아니라고 단언한 바 있다. 아마도 쉼 없이 변화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임을 설파하는 듯하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체감하는 사회변동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우선 사회변화의 속도가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그 변화의 폭과 파장은 때때로 지구적이며, 동시에 그러한 변화를 제어하고 조정할 수 있는 주체조차 모호해지고 있다.

이처럼 급속한 변화가 일상화되는 사회에서는 다양한 가치관이나 문화가 공존하면서 자연스레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회분위기가 조성되는가 하면, 동일성의 토대가 약화되면서 서로 다름에서 오는 갈등과 긴장이 증폭되기도 한다. 요컨대 과거에 얽매일 경우 변화를 받아들기 어렵게 되면서 한편에서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통해 남보다 빠르게 변화를 수용하는가 하면, 전통이라는 이름의 옛 것에 대한 상실감이나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과거로 회귀하려는 수구적 태도 또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사회보다도 역동적으로 변화해온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개별주체의 고유한 차이와 독특성을 온전히 인정하는 성숙한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가? 작금의 우리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의 판별이 어려운 상황에 자주 봉착하는 것도 사실이고, 설령 나름의 가치기준에 따라 행동할지라도 나와 마주한 가족이나 이웃, 동료들과 교감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지독한 고립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동시에 헐리웃의 가십이나 이태리의 트렌디한 유행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지구촌 시대를 실감하는가하면, 여전히 매순간 혼잡한 도심 한가운데서 성추행을 염려해야하는 변치 않는 약자로서의 여성위치를 체감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남과 다르다거나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너무도 쉽게 왕따나 구타가 자행되는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의 한가운데 서 있기도 하다. 또한 클릭한번만으로 그 자리에서 당장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지만, 정작 소비할 여력은 일부에게만 허락된 모순된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무엇 때문에 그토록 빨리 변화해 왔는가? 왜 여전히 우리 미래의 바람은 고작 고속성장이며, 경제발전의 속도전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그날이 오면 진정으로 너와 나의 차이를 인정받으며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인가? 또한 우리사회는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이 가능한가? 세상은 늘 변화해왔고 앞으로도 변화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지만, 우리의 미래가 그다지 밝지 않다고 여겨지지 것은 필자의 어리석음이나 부정적 태도에 기인하는 것인가?

아니다. 이제는 잠시 멈추어 숨을 골라야만 하는 시기가 되었다. 분명한 비전이나 꿈이 없는 경제성장이나 사회변동은 결코 우리가 희구하는 사회를 실현시켜줄 수 없다. 도처에서 넘쳐나는 지구상의 다종다양한 상품들을 팔아치우기 위한 상술이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오로지 구매력을 통해서만이 자신의 존재이유와 가치가 설명되는 시장화 사회에서는 우리의 고유성이나 존엄을 보장받기란 쉽지 않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향유할 수 있는 민주시민임에는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 자신이 소유한 자본의 양과 정보접근성만으로도 너무 쉽게 자유의지가 무력화되는 위험하고 불안정한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기실 존재론적으로 불안정하고 위험한 우리들은 자신의 처지를 너무나 자주 망각하고,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와 동료, 이웃을 배척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불온한 사회에서, 나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에겐 어떠한 세상을 보여줄 것인가? 잠시 멈추어 깊은 생각을, 그리고 우리 모두의 전략을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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