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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어요~!!/유미숙활동가2025-01-24 14:28
카테고리현장이야기
작성자 Level 10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어요~!!

 

39세 지적장애 2급 배우자의 선택

 

 

총회 감사 준비로 바쁜 와중에 메모 하나를 전달받았다. 뜸하던 자택 출산 출생신고 문의였다. 우리 단체는 미혼모, 미혼부, 청소년부모 지원 단체이지만 이렇듯 긴박한 상황의 전화가 간혹 걸려 온다. 미혼모·부나 청소년부모라고 모른척할 상황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는 간접적으로 도와준다. 전화상담과 관련된 기관으로의 연계만으로도 일의 실마리가 풀리기도 한다. 메모된 전화번호로 어찌 된 상황인지 물어보았다. 경험상 대부분의 자택 출산은 나이가 어리거나 장애가 있는 분들이 이기 때문이다. 전화를 해서 나이를 물어보니 본인은 39살 지적장애 2, 배우자는 31살 첫째 자녀도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 자택 출산을 했나요?”

아내가 임신한 줄도 몰랐는데 갑자기 화장실에서 애를 낳았어요~!!”

탯줄은 누가 잘랐어요?”

“119를 불렀고 소방대원이 잘랐어요.”

남편분은 아내가 분만할 때 어떤 도움을 주셨어요?”

저는 아이를 낳은 줄도 몰랐어요.

우리 애가 엄마가 화장실에서 아기 낳았어~!! 하고 이야기해 주는 바람에 알게 되었어요.”

 

순간 다행이다 싶었다. 소방관님이 탯줄을 잘랐다면, 분만에 직접 도움을 준 자 가 있는 경우 <출생사실증명서면>으로 출생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택 출산 상담을 스무 번도 더한 경험으로 아기 아빠에게 이런 사실을 일러주었다. 아이는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했다고 했다.

자택 출산은 분만에 직접 도움을 준 분의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출생사실증명서면> 법원 서식에 분만에 직접 관여한 자의 신분증과 인적 사항을 적고 출산한 산모와 아이의 인적 사항과 출생 일시 등을 적어 모의 의료 기록지 또는 자의 의료기록 지나 예방접종 확인서 등을 첨부하여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자택 출산의 경우 대부분 119를 부르기 때문에 소방관이 분만에 직접 도움을 준 경우가 많다.

우리 단체에서는 올 7월 시행될 출생통보제를 앞두고 소방관이 분만에 도움을 준 경우 소방 일지를 기반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적극 제안을 해서 반영이 되었다.

 

하지만 7월 전까지는 소방관이 직접 분만에 개입했다는 확인을 해줘야 한다. 아니면 법원의 출생 확인을 받아야 하고 법원 출생 확인을 받기까지는 산모의 산후조리 나 공적인 지원이나 서비스를 전혀 받을 수 없기에 아이의 안위는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의 분만을 도운 소방서에 전화를 했다. 소방서에서 신속하게 당시 탯줄을 자른 소방관에게 연락을 했고, 소방관에게 바로 전화가 왔다.

소방관님 oo일에 자택 출산한 아기 탯줄 자르셨죠?”

~”

그 산모가 자택 출산이라 지금 출생신고를 못하고 있는데 <출생사실증명서면>에 분만에 직접 관여했다는 소방관님의 확인이 꼭 필요합니다. 이메일로 관련 서류 확인하시고 빠르게 부탁드립니다.”

하고 말했더니

소방관님은 휴가 중이라고 하시면서도 서류를 보내주셨다.

아기 아빠에게 저희 단체를 어떻게 알게 되었어요?”

하고 물으니 아이를 입원시킨 병원에서 간호사가 알려줬다고 했다.

 

우리 단체는 미혼모·부와 청소년 부모 그 자녀를 돕는 곳이다. 하지만 임신·출산·양육·보육 시설에 자녀를 맡긴 부모 등 어디에서도 도움받기 어려운 분들이 전화가 걸려 온다. 이럴 때 어찌해야 할지 잠시 고민이 되지만 마음 가는 대로 할 뿐이다.

오죽하면 우리 단체를 찾아 전화를 했을까...’

내일은 아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아이 엄마가 산후조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남아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어제 자택 출산한 가정의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아기가 살고 있는 지역 동주민센터 담당 주무관과 통화 후 소방관님이 작성해 준 서류를 이메일로 보냈고 아기 아빠와 통화했다. <출생사실증명서면>을 동주민센터로 보냈으니 아기의 진료기록지를 가지고 가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하지만, 동주민센터에서는 방문해도 법원 담당자가 출장이라 <출생사실증명서면>으로 출생신고할 수 있는지 확인이 어려워 어차피 출생신고가 안되니 방문해도 헛걸음할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긴급한 상담을 할 때는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이다. 아이의 아빠는 동주민센터에서 안되면 시청이라도 가보겠다며 가는 중이라고 했다.

 

시청 담당자와 통화하며 서류를 모두 갖추어 갔는데 왜 안되냐고 했더니 원본 서류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원 서류는 전자서명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 아빠에게 소방서를 직접 찾아가서 사정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고, 마침 그날 두 명의 소방관이 출동을 했기 때문에 다른 분께 <출생사실증명서면>에 확인을 받을 수 있었다.

 

원본 서류를 제출했지만, 가족관계등록부는 법원 서류이기 때문에 등록되기까지 15일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주민등록등본은 행정 서류이기 때문에 바로 등재를 할 수가 있다. 시청에서는 가족관계등록부에 바로 등재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만 했다. 자택 출산 사례만 20건 넘게 상담해 온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 시청 담당자와 통화하며 주민등록등본에 등록되는 것이 왜 안 되느냐고 했더니 그건 동주민센터 관할이기 때문에 그곳에다 요청을 하라고 했다.

 

진작 그렇게 안내를 해주면 어땠을까? 이 아기는 공적 장부에 기록이 되지 않으면 어떤 것으로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등본에 등록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기 아빠가 동주민센터에 방문해 주민등록등본에 등록은 되었다고 했다. 첫 번째 관문이 무사히 통과된 것이다.

 

보건소에 가서 산후조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줬고, 민간단체에 출산용품 신청과, 긴급 생계지원을 할 수 있도록 연계했다. 그리고 아기 엄마가 출산 때까지 임신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경계성 인지 장애나 혹은 지적장애가 의심되는 상황이라 아기 아빠한테도 이 내용을 인지시켰다.

 

아기 아빠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족이 연락되는지 물으니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위기임신과 출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가족의 도움이다. 그러나 아기 아빠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족이 연락되는지 물으니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긴급생계비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모사업으로 위기가정 영아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청소년 부모 지원 킹메이커에 SOS를 쳤다.

 

지역사회의 연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마침 킹메이커에서 연계된 강릉 거주 목사님께 부탁을 드려 그 가정에 방문해서 도움을 주실 것을 요청했다.

 

금순의 역할은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겠다. 이렇게 현장에서의 위기는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다. 함께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야말로 연대의 힘인 것 같다.

 

이제 남은 것은 지역사회 민관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펴 줄 39세의 아빠와 31세 엄마의 노력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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