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에 대한 다양한 영화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몫일 때가 많다. 영화 <최소한의 선의>는 아이를 너무나도 원하지만 갖지 못한 담임교사와 예상하지 못한 임신으로 고민하는 고1 여학생, 두 여성 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10대 임신은 종종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긴 하지만 임신한 여학생을 두고 학교, 가족, 친구 그리고 남자친구 등 각자 자신의 입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영화는 드물다. 보호받아야 할 여학생은 학교에서 벌을 받게 되고 함부로 이야기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유미는 말한다. '저한테 함부로 손대지 마세요' 이 영화의 제목대로 '최소한의 선의'를 고민하는 오직 한 사람은 난임으로 고통받고 있는 담임선생님 '희연'이었다. 그러나 규정과 절차를 따라야 하는 학교 선생님 희연은 자퇴를 시키려고 유미의 집에 찾아가게 되고 유미의 동생 유정만이 '우리 언니 나쁜 사람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고등학생이 임신을 하면 가출 청소년이 되고 나쁜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런 굴레를 만든 어른들은 최소한의 개입으로 '규정'과 '절차'를 지켜나간다. 어른으로 우리는 10대 임신을 한 청소녀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선의를 베푼다는 의미 또한 청소년보다 우월한 어른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개입일 것이고 시설이 또는 기관이 그들을 만나고 고민을 듣고 상담을 하게 되는데 그들이 개입하는 방식 또한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며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이었을 것이다.
11월 20일에 개봉한 영화<딜리버리>는 임신과 출산을 겪는 두 부부의 이야기다. 아이를 둘러싸고 무정자증인 산부인과 의사 부부와 계획 없는 임신을 한 백수 커플의 은밀한 거래가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뱃속의 아이를 두고 청소년이 겪는 문제보다는 사뭇 가볍게 다뤄진 블랙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최고의 물질적 풍요 시대에 최저 출산율을 보여주는 현대 사회에 '출산'과 '분만' 그리고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배달'이 주는 의미는 결코 가벼운 소재만은 아니다.
영화는 백수 커플 미자와 달수 커플이 임신중절하러 간 산부인과 의사 귀남과의 만남에서 뜻하지 않은 거래가 시작되면서 돈과 아기의 교환가치가 성사된다.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아기가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버려져야 하는 아기가 있다는 극단적 이야기가 단지 허구만이 아니라는 것 또한 이 영화의 결말을 아주 궁금하게 한다. 루저 또는 흑수 저 집안에서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이 물질적 결핍이 있을 수는 있어도 도덕적 가치관마저도 결핍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뱃속의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있고 그 사실을 미리 알 수 있는 현대 사회에 선택은 달라질 수 있고 영화 속 뱃속의 아이의 운명 또한 궁금해진다.
조르주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Homo Sacer)’ 역시 배제 속에서 작동하는 벌거벗은 생명으로 ‘출생 전 장애아’, ‘바람직하지 않은 생명’, ‘불행한 아이'들의 출생에 대해 국가는 '보호출산제'를 선택했다. 아감벤의 생명정치란 자연적 생명(Zoe)이면서 또한 문화적이며 실존적인 삶(Bios)이기도 하다. 생명정치란 이런 두 측면을 포괄하면서 또한 공동체적 삶을 중심에 두는 개념이기도 하다. “단순히 산다는 사실”과 삶으로서 “가치 있는 생명”을 구분하고 자본의 논리에 복속된 이론과 사상 너머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 소개한 영화와 함께 생명의 의미를 다 시 한 번 생각해 본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제도들이 과연 벌거벗은 생명들을 '보호'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영화 두 편을 소개하며 마무리 한다. (글쓴이/오진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