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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좌충우돌 초보 활동가의 현장이야기/김정미활동가2025-01-24 14:32
카테고리현장이야기
작성자 Level 10

행복한 크리스마스 연휴 후 오늘 출근은 사무실이 아닌 곧바로 ***씨 집으로 했다. 오늘은 ***씨 자녀의 청약저축 가입을 위해 ***씨와 동행해 주민센터와 은행을 함께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초보 활동가로 입주자와의 동행업무는 처음이라 약간의 긴장과 기대를 가지고 약속한 시간에 맞춰 ***씨 집에 도착했다.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씨는 아이 어린이집 갈 준비와 본인 외출 준비에 무척 분주해 보였다. '그렇지... 4살 아이를 데리고 약속시간을 맞추는 것은 힘들지...' 혼자 생각하며 함께 아이 옷 입는 것을 도와주고 외출 준비를 도우며 기다렸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우는 아이를 데리고 함께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주민센터로 향했다.

 

***씨는 외국인 미혼모다. 한국 문화가 좋아 17살에 한국으로 와서 대학을 다니던 중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아이를 갖고 그 남자와 헤어지고 캄캄한 터널 안과 같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인형같이 예쁜 4살 딸아이와 타국에서 영어유치원 강사로 일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20대 여성이다.

 

***씨를 직접 만나보기 전 난 혼자 상상했다. 타국에서 비록 혼자지만 사랑하는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는 ***의 용기가 무척 멋지고 그런 젊음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그런 ***씨의 당당한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는 무척 예민하고 지쳐 보였다. 어쨌든 초보 활동가로서 함께 동행하며 한 치의 실수 없이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외국인인 ***를 대신해 발급받아야 하는 서류들을 미리 정리해 놓은 메모를 들고 함께 주민센터로 향했다.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고 은행으로 향했다.

 

외국인인 ***씨는 나중에 LH 임대주택을 분양받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 국적인 자녀 명의의 청약저축 가입이 필요했다. 지금 살고 있는 공동생활가정형 매입임대주택에서 주거 상향을 위해서는 청약저축 가입은 꼭 필요한 준비 과정이다. 자녀명의의 청약저축 가입이고 엄마 국적이 한국이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 꽤 긴 시간이 들어서 드디어 마지막 과정 청약통장에 입금할 최소 금액 2만원을 달라고 은행원이 말했다. 아뿔싸!! 지금까지 ***씨가 오늘 일 처리를 하는데 실수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사무실에서 몇번을 검색하고 확인하고 메모해 온 서류 목록에 현금 2만원을 빼놓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현금 2만원은 준비하지 않았어도 은행에서 카드로 출금하면 되니까... 라고 생각하고 "***씨 현금 2만원 지금 없으면 여기서 출금하면 되요". 하지만, 지금까지 주민센터와 은행에 함께 동행하며 내내 미안해하고 웃으며 대했던 ***씨가 갑자기 돌변해 "? ? 이런걸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알아야하는 거지?" 라며 마치 연극 독백하듯 톡 쏘아 내뱉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 상황이 뭐지?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인가? 아침부터 자신을 돕기 위해 약속 시간에 맞춰 집에 갔더니 한참을 기다리게 하더니 2만원 준비하라는 말을 빼놓았다고 지금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건가? 순간 무척 불쾌하기도 하고 실수 없이 준비한다고 했는데, 실수가 드러난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다. ***씨는 다음 달 10일 월급날까지 3만원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사이 3만원으로 뭘 해야 하고 등등 화가 나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씨는 2만원이 없는 것이었다. 순간 불쾌했던 마음이 가라앉고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외국인 미혼모로 한국에서 살고 있는 20대 여성의 삶의 부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씨는 그 사이 아는 사람에게 전화하여 2만원을 빌려 입금하고 함께 은행 밖으로 나왔다. "선생님! 제가 화내서 미안해요. 자꾸 갑자기 확 열이 나요. 자꾸. 정말 미안해요. ' 아이고... 순간 ***씨에 불쾌하고 화나기까지 했던 마음이 미안할 정도로 바로 사과를 하다니...'

 

오늘 ***씨와의 동행을 하며 알게 됐다. ***씨가 타국에서 딸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하루하루는 몹시 조심스럽고 불안한 하루일 수 있다는 것을. 단순히 내가 생각한 것처럼 20대의 당당함과 용기만으로 모든 짐이 해결될 수 없는 하루하루일 것 이라는 것을 말이다. 초보 활동가로 오늘을 정리하며 '앞으로 만나는 엄마들에게 실수 없는 일처리를 하는 활동가로 남기보다 '나라면?'이라는 마음으로 다가서는 활동가로 남도록 노력하자!'라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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