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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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감사한 인연/신영섭멘토2025-01-24 14:36
카테고리멘토이야기
작성자 Level 10

올여름은 늦게까지 유난히 더운 날씨로 힘들었지만, 이른 추석이 있던 9월은 제게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밝게 웃어준 아이들 덕분에 지금도 미소가 저절로 지어집니다. 소중한 인연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모, 저 이만큼 컸어요?”

추석 연휴 중,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보육원 아이들과 보육원을 떠나 그룹홈에 간 아이를 만났습니다. 어느새 부쩍 자라 이모보다 커졌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같이 먹으며 영화도 보고, 학교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배드민턴 칠 때는 심판도 봐주고, 어두워질 때까지 하루를 보내고 나니 몸은 피곤해도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이모라 불러주고 안아주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힘을 얻고 사랑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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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마지막 일요일에도, 보육원 중·고등학생들을 저희 보육원 후원자 모임 중 한 분의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후원자 이모들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만들어 먹이며, 이야기도 나누고 산책도 했습니다. 조만간 보육원을 떠나게 되는 고3 큰 형은 취직을 한다고 말해주었는데, 기특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짠했습니다. 중간고사 시험 얘기, 수련원 간다는 얘기, 좋아하는 게임이나 취미, 여친 이야기까지 해주어서 감사했습니다. 음식을 직접 만드는 걸 좋아하는 개구쟁이는 매번 그렇듯 가장 맛있는 짜장 라면을 만들어서 우리 후원자들에게 맛 보이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모두 배부르게 먹은 탓인지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푸짐한 저녁 식사까지 마치고 헤어질 때, 안아주거나 악수해 주는 아이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보육원과 그룹홈 아이들은 부모나 다른 보호자가 없는 경우도 있고, 부모는 있지만 여러 사정상 집을 떠나야 했던 아픈 이야기를 품고 살고 있습니다. 물론 그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닌데, 아이들이 그 슬픔과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해집니다. 이 사회와 우리 어른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이라도 행동을 나눈다면, 아이들 마음의 무게를 조금은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혼자는 큰 힘이 안 되겠지만, 작은 힘들을 모은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겁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밝게 웃고 아이들의 힘든 가정에도 평온이 찾아올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만났는데도 반짝이는 눈망울로 밝게 인사해 주는 아이를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행복해집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 금순이네 덕분에 새 인연들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예쁜 아이와 엄마, 두 가족이 기꺼이 만나주어 감사했습니다. 아이 엄마가 먹고 싶은 음식점을 살고 있는 집 근처에서 골라주셔서, 아이와 엄마와 함께 셋이서 좋은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동안 걱정이 많았던 엄마들이 처음 보는 저를 믿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궁금한 것도 물어봐 주어 감사했습니다. 아이들도 선물로 준 동화책을 읽으며 좋아해 주었고, 손을 잡고 걸어주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헤어질 때 울어버린 아이가 맘에 걸려 집에 돌아와서 바로 10월 만날 약속을 잡았습니다. 엄마도, 아이도, 그리고 나도 서로를 배려하며 같이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와 금순이네와의 첫 인연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1, 이사한 집 근처에 금순이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연락을 드렸더니 기꺼이 제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덕분에 예쁜 아이들과 엄마들과의 새 인연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맺어진 새로운 인연으로 지난 6월에는, 제가 속한 행복 시민 마포센터회원들과 금순이네서 진행하는 돌잔치를 도와드릴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가족이 아닌 낯선 사람들이 와서 돌잔치를 하니 어색해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밝게 웃어준 엄마와 낯가림 없이 품에 안겨준 아가 덕분에 돌잔치는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저희 행복 시민회원들은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좋은 인연이 되길 바라고 계십니다.


정말 제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걸까요?”

금순이네 엄마들의 가장 큰 걱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질문은 소아과 진료실에서 만나는 엄마라면 누구나 자주 묻는 질문입니다. 저 역시 30여 년 전부터 그런 질문을 가슴속 깊이 품고 있었습니다. 저도 두 아이의 엄마니까요. 그리고 그 아이들이 커서 내 키를 훌쩍 넘은 지금도 그 질문의 정답을 찾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거세게 출렁이던 생각들이 이제 60이 넘으니 점차 잦아드는 느낌이 들고, 정확한 정답은 그 누구도 말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듭니다. 답은 사람에 따라, 그리고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변할 수도 있고, 주위 사람들과 당사자가 보는 눈도, 느낌도 서로 다르고, 그 순간에 마주한 당사자의 마음은 그 누구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 아니 모든 부모는 실수도 하고 후회도 하지만, 그때 그 순간 저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그러면서 선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번번이 실수하고 또 후회할지라도,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아이의 따뜻한 손을 잡는 엄마들, 모든 보호자들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가 편견을 버리고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가진다면 아이와 엄마들, 모두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10 가구 중 1가구가 한부모 가족이고, 아이가 있는 5가구 중 1가구가 한부모 가족이랍니다. KDI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 보고서를 살펴봤는데, 2010년부터 2017년까지, 11살에서 17살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 양부모 가족과 한부모 가족에 대해 다른 여러 조건을 제외한 연구 내용입니다. 한부모 가족은 학습 습관 : 학원 시간 관리에서만 8.5% 떨어지고, 정서 문제 : 주의 집중에서는 오히려 14.4% 높게 나왔답니다. 그 외 공동체 의식, 자아 자존감, 삶의 만족도, 학교 적응은 큰 차이가 없었답니다. 비록 혼자 양육하느라 시간적 부담이 커서 학원 시간 관리가 낮게 나왔겠지만, 부모의 갈등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애정을 받을 수 있는 한부모 가족에서 주의집중이 높게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양육 태도에 노력하는 한부모 보호자들의 노력 덕분일 겁니다. 좀 더 사회의 지원이 늘어서 한부모 가족에게 여유가 생긴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혼자 고군분투하는 금순이네 엄마들, 그리고 아이를 양육하시는 모든 보호자분들께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소아과 의사로서 진료실 밖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 진료실이 없어지니, 짧은 진료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 보호자들과 여유롭게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질병, 육아뿐만이 아니라 아이와 보내는 사소한 일상 속 궁금증까지 이야기를 편히 나눌 수 있어 더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제가 모든 것을 다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모두에게 적용되는 불변의 정답도 없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제가 받은 달란트는 제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에게 받은 선물이니 마땅히 나누는 게 당연한 것이겠지요. 이제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짧아진 지금, 제 달란트가 잘 쓰일 수 있다면 더 감사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열심히 사랑을 나누며 일하시는 금순이네 분들에게, 그리고 이 사회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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